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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고... ㅠㅠ 세탁소에 맡겨야 될 옷이 별로 없어 장례식장 유니폼으로 입는 정장을 세탁할 때 외에는 세탁소에 가지 않는다. 올 봄 작년 여름을 지낸 그 정장 바지에 희끗희끗 곰팡이가 핀 것 같아 집 앞 백조 세탁소에 맡겼다. "곰팡이가 핀 것 같아요." "그럼 만 원인데. 수요일에 찾으러 와요." "네" 약속한 날이 되어 만원을 들고 세탁소를 찾았다. "이거 세탁해보니 곰팡이가 아니야. 그냥 사천원만 내."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기분 좋은 거스름 돈 육천원과 살짝 세탁용 기름 냄새가 나는 날이 선 바지를 들고 집으로 갔다. 우리 동네에 그런 세탁소가 있는 것이 좋았다. 세탁소 앞에는 버려진 아이스크림 보관통을 이용해 만든 화분과 낡은 용기를 활용해 만든 작은 연못, 그리고 봄, 여름이 되.. 더보기
뒤늦게 싹틔운 호박잎으로 나물무쳤다! 작년에 수확한 늙은 호박들이 있었다. 그 중 두개의 호박이 올 여름까지 거실 한구석에 있었는데, 청소를 하다 하나를 만져보니 밑둥이 물컹! 썩었다! 깜짝놀라 속을 파내고 주황색의 호박살은 쪄서 갈아 얼리고, 씨는 말려서 내년을 위해 저장할까하여 씻으려던 찰나. 허허 이놈들이 벌써 싹이 났다. 싹이!!!이를 어쩐다.언젠가 농사 전문가인 A언니의 조언이 생각났다. 늙은 호박의 씨는 이미 발아했을테니 땅에 심어 그 순을 찌개에 넣어 먹거나, 쪄서 쌈으로 먹으라고 했다.옳거니! 요녀석들 싹을 틔워 어떻게라도 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작년에 감자농사를 짓다가 캐망한 스티로폼 박스에 싹이 나기 시작한 호박씨들을 대충 심었다. 호박씨 까지 않고 심었다.그랬더니 며칠 후! 쨔잔~이렇게 아름답게 발아한 것이다! 아.. 더보기
추석맞이 아우팅 해프닝 나에게는 정신적으로 아픈 가족 A가 있다. 그간 약을 잘 먹으며 평화롭게 살았는데 요즘은 정량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도로 이상해 졌다. 물론 평생을 약을 먹으며 사는 것을 고역일 것이다. 그것 때문에 변비가 생기는 것도 괴로울 것이다. 그렇지만, 약효가 사라져가니 그가 후벼팠던 십년전의 아팠던 상처들이 새록 새록 기억속에 떠오른다. 환자인 줄 모르고 미워했던 시절을 흘려보낸 것도 얼마 되지 않는데, 또 재발이라니. 힘들다. 그나마 함께 살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지난 추석이었다. 엄마와 선물 바구니를 바리 바리 들고 외갓집 문턱을 넘는 나를 발견한 가족 중 일원인 B가 얘기를 시작했다. 그 자리에는 외할머니, 울엄마, 큰외삼촌 내외, 그 집 장성한 딸과 아들, 둘째 삼촌 내외, 그집 장성한 딸이 있었다... 더보기
오트밀 시나몬 롤 채식베이킹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책을 샀고, 재료를 샀고, 글로 베이킹을 배우기 시작했다. 버터 계란 없이 만든 채식 베이킹 (박지영. 청출판. 2009) 채식 베이킹국내도서저자 : 박지영출판 : 청출판 2009.11.30상세보기 첫 베이킹은 재작년. 작품은 밀가루 드시기를 힘들어하시는 할머니를 위한 콩으로 만든 초코케익.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절망하지 않고 쿠키를 만들고, 포카치아를 만들었다. 혼자 책을 보며 하는 것 치고는 제법이다. 후훗. 발효빵 만들기에 재미가 들려 주구장창 포카치아만 만들다 최근에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오트밀 시나몬 롤 #재료는, 우리밀 통밀 250g (책에서는 주로 지역농산물, 유기농산물 사용하기를 권하고 있다.) 오트밀 70g (국내에서는 오트밀-귀리를 재배하는.. 더보기
당신의 생일 어제는 당신의 생일이었습니다. 그저께 밤 우리는 작은 일로 다투기 시작해 생일이 되던 자정을 당신은 슬픔에 싸여, 나는 노여움에 싸여 그렇게 각자의 침대에서 보냈습니다. 아침이 되어도 우리는 각자의 방문을 턱하고 닫으며 마음이 아직 풀리지 않았음을, 슬픔이 아직 가시지 않았음을, 노여움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표시했습니다. 나는 숨쉬기가 필요했고, 마실을 다녀왔습니다. 마실을 다녀오면서, 급 반성했습니다. 당신은 생일 맞은 소중한 사람인데 마음을 상하게 했습니다. 당신의 생일은 나에게 그 어떤 날 보다 중요한 날인데, 눈물로 맞이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제 밤 당신의 마음을 풀어주려는 얕은 꾀를 부렸습니다. 집 앞 편의점에 들러 당신이 좋아할만한 불량식품들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당신이.. 더보기
다이크 선배의 결혼 개천절인 어제 다이크계의 대모인 선배의 결혼식이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결혼. 혼인제도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는 나였지만, 파트너를 끌어안고 지켜보는 다이크의 결혼식은 가슴을 깊이 울컥하게 만드는 강력 최루탄이었다. 드레스를 입은 그녀와 턱시도를 입은 그녀가 손을 잡고 등장해 주례앞에 마주 서서 서로에게 하고픈 말을 전할 때 공간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이 두 사람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여 모두 조금씩 훌쩍였다. 훌쩍이다 훌쩍이다 흐느꼈다. 좋은 날, 할망구들 같이 무슨 주책인지. 파트너와 서로를 '여보'라 부르며, 7년을 살아온 나는, 우리는 결혼이라는 걸 하게될까?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드레스를 입고, 한 사람은 턱시도를 입고 식장을 걸어들어가는 일이 있으려나? 우리가 식을 올리게 된다면, 우.. 더보기
얼렁뚱땅 엉터리 커밍아웃 할머니께서 물으셨다."그 친구와는 여전히 살고있는게냐?" 나는 명랑하게 대답했다."네, 잘 살고 있어요."그리고 묻지도 않았는데 덧 붙였다."우리 둘이 평생 그렇게 같이 살기로 했어요. 서로 의지하면서요. 가족으로요." 우리 할머니 말씀."그 친구도 결혼 안한다니?" "네"라고 대답하니, "그래 그렇게 살려면 돈을 잘 벌어야 한다. 여자는 뭐니 뭐니 해도 경제력이 있어야 해." 그래서 말씀드렸다."둘 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 그렇게 사는 것도 괜찮지 뭐."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자신만만하게, 명랑하게, 또박또박 내 친구와 나는 평생을 함께 살거라고 할머니께 말씀드렸다. 우리가 한 침대에서 뽀뽀에 포옹에 부비부비까지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싶었지만, 뭐 그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어 꾹 참았다.. 더보기
아... 알리... 나는 이 가수가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한다.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젊은 그대"를 인상적으로 불렀다는 사실로 그저 이름 두 글자 기억할 뿐이었다. 그런 이 가수를 둘러싼 뉴스들이 등장했다. 첫 뉴스는 신곡 "나영이"에 대해 나영이의 아버지가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것과 하루 이틀 후 알리 자신이 성폭력 생존자라는 뉴스였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첫째는, 대체 자신의 얘기를 왜 "나영이"라는 이름을 빌어 노래로 완성해야 했을까? 둘째는, 음반 전량 수거 조치에 따른 후속 마무리로 꼭 알리의 아버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아픈 경험을 그렇게 드러내야 했을까? 셋째는, 알리의 음반을 프로듀스한 관계자 중 "나영이"라는 제목을 숙고하도록 조언할만한 사람이 없었을까? 넷째는, "나 역시 성폭력 .. 더보기
누가 아줌마가 되는가? 몇 년 전부터 나는, 스스로를 아줌마라 칭하게 되었다. 애인과 함께 살게 된 지 올해로 만 10년, 11년째 함께 살고 있다. 동성애자들의 결합이 그러하듯, 결혼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성애자들의 동거와도 다른, 전혀 다른 개념의 시민결합, 혹은 거주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경험이 나의 마음과 몸, 생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아줌마"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누가 아줌마인가가 궁금해졌다. 첫째, 결혼은 아줌마의 정체성과 위치에 중요한 지표가 된다. 결혼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혼을 했거나 사별을 한 경우, 아이가 없으면 아줌마로 사회적 인정을 받기가 어렵다. 이러한 싱글 여성들은 다시 혼인관계로 진입하지 않고는 아줌마의 지위를 얻기 힘들다. 두번째, "아이"다. 출산과 양육의 경.. 더보기
새롭게 태어난 masturbation을 듣고 싶다면! 6월4일 8시 두리반으로!! 나는 지보이스가 참 좋다. 지보이스는 노래를 하고, 지보이스는 자신을 드러내고, 지보이스는 즐겁다. 여러해동안 나는 외롭기도 했고,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도 했고, 노래하는 이로 산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보이스와 함께하면 즐겁다. 힘이 난다. 함께 얼굴을 내놓고 노래할 수 있어 좋다. 이번 두리반 공연은 내가 중매를 섰다. 히 어디든 당당하게 가는 지보이스 멋지다. 나의 1집앨범 수록곡 마스터베이션을 멋지게 편곡해서 부르겠다고 제안해 주어 참으로 기쁘고 행복했다. 게이들의 오르가즘도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아 지보이스들과 떼로 교성을 낼 생각을 하니 참, 므흣하다. 두리반에서 지보이스는 "길고양이"를 부르게 된다. (혹시 스포일러?) 장소를 잃어가는 소수자에 관한 노래가 두리반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