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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커밍아웃했다. 어쩌면 오랫동안 준비한 것일지도, 어쩌면 우발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레즈비언으로 커뮤니티에 데뷔한 것은 9년, 지금의 파트너를 만난것은 7년, 지금의 그녀와 남은 날들을 함께 하고싶다,고 결심한 것은 4년, (3년? 2년? ㅎㅎ) 가족에게 커밍아웃 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한 것은 3년, 올 일년은 점점 커밍아웃 자신감을 키웠고,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활동을 하면서 더, 더, 더 비밀과 숨김의 상태를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12월 9일 할머니와 엄마께 커밍아웃했다.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활동을 하면서, 동성애 허용 반대 엉아들의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과 멸시를 견디면서, 나는 어느 새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몇몇이 기독교인인) 가족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최근 몇년간의 나는 관대하고.. 더보기
엄마, 나 엄마에게 커밍아웃하려고 해. 엄마 어쩌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말로 확인하고 싶어. 내가 레즈비언이라도, 동성애자라도, 나와 한 침대를 쓰는 이가 동성이라도, 그래도 나를 사랑하고 지지할거라고, 세상이 나를 손가락질 하고, 나를 아프게 해도, 나를 더럽다고 하고, 나를 변태, 비정상이라고 해도, 그래도 내 편 일거라고, 확인하고 싶어. 그렇다고 말해줘. 요즘 너무 힘이 드네. 엄마에게 아무일 없는 듯, 나는 이렇게 마음의 폭풍을 겪고, 정신적인 폭력을 겪고 있으면서도, 엄마를 만날 때는 늘 웃으면서 아무일 없는 척 하려니, 힘이 드네. 이번에는 한 번쯤, 엄마 입장에서 말고 내 입장에서, 내 고통을 헤아리며, 왜 그렇게 힘든 길을 택한거냐고 묻지말고, 분석하거나, 생각을 말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말고, 이번 한 번만은, .. 더보기
누가 나의 존재를 지우려하는가 "동성애 허용 법안 반대 국민연합"차별금지법안에 성적지향 조항이 포함됐던 것에 분기탱천한 어떤 종교집단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단체이다. 동성애, 허용, 법안, 반대, 국민연합 이라니. 이 우스꽝스러운 단어들의 조합이라니. 일단은, 동성애라는 표현에는 감사한다. 동성연애, 호모, 변태, 이런 단어들을 사용하던 미개한 족속들에서 진화한 증거이니. 그런데 허용이라니. 이 부분에 다다르면 나는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허용은, 막았어야 할 것을 막지 못하고 받아들이다,의 뜻이라고 다음 사전은 말하고 있다. 허락하고 용납되는 것을 뜻한다고도 한다. 나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나는 이미 태어났으며, 나는 이미 숨을 쉬고 있으며, 나는 이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는 이미 사랑하고 있으며, 나는 이미 행복하다.. 더보기
동성애 혐오가 두렵다 최근 나는 참 행복했다. 가족 안에서 유사 아우팅을 당해도, 그래도 나는 내 사랑 언니와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밤인가, 동성애, 이반 검열 등등의 단어들이 다음 아고라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이게 왜? 왜 갑자기? 왜 지금?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순식간에 꼴 보수 또라이 기독광신도들의 수 많은 끔찍한 댓글들을 봤다. 동성애 허용하는 법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드높이는 이해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찬 혐오를 봤다.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라는 소리가 높았고, 나는 불과 몇시간 후 법안에서 그 조항이 삭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순식간에 법안은 법무부를 떠났고, 법제처라는 곳으로 갔다. 이 과정 자체가 끔찍했다. 어떤 기독교 단체들이 만든 동성애 허용 법안 .. 더보기
레즈비언 여보~ 우리는 언제 부터인가 서로를 여보라고 부르고 있다. '여보~' 처음엔 이름을 부르다가, 그 다음엔 언니, 자기,라 부르가다, 애기, 내 사랑, 내 새끼 등등등 애칭으로 부르다가, 최근 몇 년간 부르는 호칭이 여보다. 이성애 부부 관계에서 추천되는 호칭이라 옛날에는 싫어라 했던 것 같은데,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여보가 자연스럽다. 따뜻하다. 견고하고, 포근하고, 다정하고, 그리고 존중받는 기분. 그렇지만 부작용이 있다. 공공 장소에서는 좀 주의해야한다. 장보러 갔다가 불쑥, 식구들이랑 있는데 불쑥, 길에서, 산책하다가, 버스안에서, 지하철에서 불쑥, 여보~하기도 한다. 지난 여름 울 엄마와 울 여보, 이렇게 셋이 수안보에 여름 여행을 갔다. 엄마가 우리에게 제안한 은근슬쩍 가족여행. 4박5일이라는 긴 일.. 더보기
추석맞이 아우팅 해프닝 나에게는 정신적으로 아픈 가족 A가 있다. 그간 약을 잘 먹으며 평화롭게 살았는데 요즘은 정량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도로 이상해 졌다. 물론 평생을 약을 먹으며 사는 것을 고역일 것이다. 그것 때문에 변비가 생기는 것도 괴로울 것이다. 그렇지만, 약효가 사라져가니 그가 후벼팠던 십년전의 아팠던 상처들이 새록 새록 기억속에 떠오른다. 환자인 줄 모르고 미워했던 시절을 흘려보낸 것도 얼마 되지 않는데, 또 재발이라니. 힘들다. 그나마 함께 살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지난 추석이었다. 엄마와 선물 바구니를 바리 바리 들고 외갓집 문턱을 넘는 나를 발견한 가족 중 일원인 B가 얘기를 시작했다. 그 자리에는 외할머니, 울엄마, 큰외삼촌 내외, 그 집 장성한 딸과 아들, 둘째 삼촌 내외, 그집 장성한 딸이 있었다... 더보기
청계천을 걷다2 오늘도 나갔다. 다리가 불편해 뒤로 처진 친구와 을지로 입구역 출구앞에 앉아 경찰들과 시민들을 바라보았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정보들이며, 지난 거리시위를 겪으며 몸으로 알게 된 정보들을 이야기 하였다. 어느 순간 부터 우리는 "쁘락찌"에 대해 정보를 주고 받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모두 의심스러웠다. 함성이 들리고 전경 부대가 방패를 들고, 헬멧을 쓰고 달려서 롯데백화점 쪽으로 이동했다. 궁금했지만 시커먼 옷의 전경들이 무서웠고, 그 공권력이 몸서리쳐졌다. 그래서 다가갈 수 없었다. 전경들이 좀 사라지고, 시민들도 사라지고, 버스를 타려고 롯데백화점 앞으로 가고 있는데, 전경 한떼가 길을 막더니 사람들을 둘러싸고 통행을 전혀 할 수 없도록 했다. 언성을 높히는 사람들, 눈물을.. 더보기
청계천을 걷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촛불집회가 열린지 근 한달이나 되어 청계광장으로 갔다. 그간 나는 '미친소 너나 먹어', '광우병 소 반대' 등의 구호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채식주의자로서 였는지, 혹은 미스터 리의 정책 혹은 정치에 아예 관심을 끊고 싶어서 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암튼 그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거리에 나서는 것에 주저하게 만들었던듯 하다. 대운하며, 각종 민영화며, 물신주의적 실용주의며, 미스터 리의 모든 가치 체계가 나를 신물나게 했기 때문에 미국 쇠고기 수입도 그다지 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보다. 그런데 침묵은 동조라 했다. 미스터 리에게 동조할 것이 아니면 청계천 산책이라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머릿수를 채운다는 의미도 있을것이고. 환경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