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부터인가 서로를 여보라고 부르고 있다.
'여보~'
처음엔 이름을 부르다가,
그 다음엔 언니, 자기,라 부르가다,
애기, 내 사랑, 내 새끼 등등등
애칭으로 부르다가,
최근 몇 년간 부르는 호칭이 여보다.
이성애 부부 관계에서 추천되는 호칭이라 옛날에는 싫어라 했던 것 같은데,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여보가 자연스럽다.
따뜻하다.
견고하고,
포근하고,
다정하고,
그리고 존중받는 기분.
그렇지만 부작용이 있다.
공공 장소에서는 좀 주의해야한다.
장보러 갔다가 불쑥,
식구들이랑 있는데 불쑥,
길에서, 산책하다가, 버스안에서, 지하철에서 불쑥,
여보~하기도 한다.
지난 여름 울 엄마와 울 여보, 이렇게 셋이 수안보에 여름 여행을 갔다.
엄마가 우리에게 제안한 은근슬쩍 가족여행.
4박5일이라는 긴 일정이었다.
우리의 큰 걱정은 엄마 앞에서 불쑥 여보,라 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4박 5일이었으니, 한 두번쯤은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엄마 앞에서 여보,라는 말이 나오면 얼른 ~세요,를 붙이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자체 검열 기능이 완전 잘 돌아갔다보다.
그 때 당시에는 안도하고, 한시름 놓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쬐금 안됐다.
누구는 싫대도 주위에서 부르라고 하는데, 잘 부르는 우리는 맘 놓고 부르지도 못한다니.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 단속하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 부르기로 했다.
여~ 보~
[200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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