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부이촌동

이런 부고... ㅠㅠ 세탁소에 맡겨야 될 옷이 별로 없어 장례식장 유니폼으로 입는 정장을 세탁할 때 외에는 세탁소에 가지 않는다. 올 봄 작년 여름을 지낸 그 정장 바지에 희끗희끗 곰팡이가 핀 것 같아 집 앞 백조 세탁소에 맡겼다. "곰팡이가 핀 것 같아요." "그럼 만 원인데. 수요일에 찾으러 와요." "네" 약속한 날이 되어 만원을 들고 세탁소를 찾았다. "이거 세탁해보니 곰팡이가 아니야. 그냥 사천원만 내."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기분 좋은 거스름 돈 육천원과 살짝 세탁용 기름 냄새가 나는 날이 선 바지를 들고 집으로 갔다. 우리 동네에 그런 세탁소가 있는 것이 좋았다. 세탁소 앞에는 버려진 아이스크림 보관통을 이용해 만든 화분과 낡은 용기를 활용해 만든 작은 연못, 그리고 봄, 여름이 되.. 더보기
‘골목문화 철거’로 정신적 충격 심각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경향신문에 났다. 이촌2동, 재개발 예정지역에 이사와서 좋은 점은, 골목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에는 빨간 드럼통에 심은 대추나무가 있고, 버려진 욕조에 심은 향나무가 있고, 푸른 플라스틱 화분에 심은 수국들이 있다. 작년 3월에 이곳에 이사와서, 봄이 되어 파랗게 싹이 돋는 드럼통 대추나무를 발견하고는 무척 흥분했었다. 좀 지나니 가난하기만 할 것 같던 옛날 아파트 골목들이 화려한 수국이며, 꽃나무들로 가득찼다. 여름이 되니 대추나무에 작게 대추들이 달리고, 가을에는 빨갛게 익었다. 골목에는 개들도 있었고, 주워온 간이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거는 고운 할머니들도 계셨고, 투박한 손으로 꽃나무들을 가꾸는 머리 희끗한 아저씨들도 있었다. 내가 사는 고층 아파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