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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날들/2007 마이아 다이크

누가 나의 존재를 지우려하는가



"동성애 허용 법안 반대 국민연합"

차별금지법안에 성적지향 조항이 포함됐던 것에 분기탱천한 어떤 종교집단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단체이다.

동성애, 허용, 법안, 반대, 국민연합 이라니.
이 우스꽝스러운 단어들의 조합이라니.

일단은,
동성애라는 표현에는 감사한다.
동성연애, 호모, 변태,
이런 단어들을 사용하던 미개한 족속들에서 진화한 증거이니.

그런데 허용이라니.
이 부분에 다다르면 나는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허용은, 막았어야 할 것을 막지 못하고 받아들이다,의 뜻이라고 다음 사전은 말하고 있다.
허락하고 용납되는 것을 뜻한다고도 한다.

나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나는 이미 태어났으며,
나는 이미 숨을 쉬고 있으며,
나는 이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는 이미 사랑하고 있으며,
나는 이미 행복하다.

나는 누군가의 허락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며,
나는 누군가의 허락에 의해 숨쉬고 있는 것이 아니며,
나는 누군가의 허락에 의해 내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나는 누군가의 허락에 의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며,
나는 누군가의 허락에 의해 행복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허용이라니.
이것은 나의 존재를 뿌리채 뒤흔드는 것이다.

요즈은 나를 괴롭히는 우울의 근원은 이것이다.
나는 대체 누군가.
누군가가 그토록 혐오하는,
누군가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누군가가 그토록 부정하는,
나는 누군가.

나는 내 파트너에게 물었다.
내가 정말 레즈비언이야?
파트너는 아연실색했다.

나도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한건지,
그런 질문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현재의 이 논란때문에 불안하며,
두렵고, 슬프고, 아프다.

저들은 왜 나를 아프게 하는가?

[2007/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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