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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날들/2007 마이아 다이크

다이크 선배의 결혼


개천절인 어제 다이크계의 대모인 선배의 결혼식이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결혼.

혼인제도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있는 나였지만, 파트너를 끌어안고 지켜보는 다이크의 결혼식은 가슴을 깊이 울컥하게 만드는 강력 최루탄이었다.


드레스를 입은 그녀와 턱시도를 입은 그녀가 손을 잡고 등장해 주례앞에 마주 서서 서로에게 하고픈 말을 전할 때 공간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이 두 사람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여 모두 조금씩 훌쩍였다. 훌쩍이다 훌쩍이다 흐느꼈다. 좋은 날, 할망구들 같이 무슨 주책인지.



파트너와 서로를 '여보'라 부르며, 7년을 살아온 나는, 우리는 결혼이라는 걸 하게될까?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드레스를 입고, 한 사람은 턱시도를 입고 식장을 걸어들어가는 일이 있으려나?


우리가 식을 올리게 된다면, 우리의 결합을 축하하며, 지나온 시간을 칭찬하고, 앞으로 지낼 아름답고, 행복하지만 가끔은 눈물을 짓게도 만들 우리의 남은 시간들에 격려와 위로를 주는 그런 행사를 하게 된다면, 나는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싶다. 족두리를 쓰고. ㅋㅋ


선배의 결혼식이기 때문에 멀리서 시간의 강을 건너 다시 다이크 바에 모인 원로(?) 언니들의 모습은 나에게 큰 위로였다. 이렇게 다이크로 나이 들 수 있구나, 파트너와 해로할 수 있겠구나,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살아갈 수 있겠구나, 안심했다.


서로들 '내 결혼식은 아마 없겠지만, 이렇게 반가운 이들을 보는 것은 참 좋구나' 했다.


결혼하는 무지개 소녀들을 만들어야 겠다.

드레스+드레스

드레스+턱시도

턱시도+턱시도

다양한 소녀들을..


선배 행복하시고, 자주 만나요. ^^


[2007/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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