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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생각들

청계천을 걷다2

오늘도 나갔다.
다리가 불편해 뒤로 처진 친구와 을지로 입구역 출구앞에 앉아 경찰들과 시민들을 바라보았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정보들이며, 지난 거리시위를 겪으며 몸으로 알게 된 정보들을 이야기 하였다.
어느 순간 부터 우리는 "쁘락찌"에 대해 정보를 주고 받기 시작했고,
그러다보니 이 사람도, 저 사람도 모두 의심스러웠다.

함성이 들리고 전경 부대가 방패를 들고, 헬멧을 쓰고 달려서 롯데백화점 쪽으로 이동했다.
궁금했지만 시커먼 옷의 전경들이 무서웠고,
그 공권력이 몸서리쳐졌다.
그래서 다가갈 수 없었다.

전경들이 좀 사라지고,
시민들도 사라지고,
버스를 타려고 롯데백화점 앞으로 가고 있는데,
전경 한떼가 길을 막더니 사람들을 둘러싸고 통행을 전혀 할 수 없도록 했다.
언성을 높히는 사람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구경하는 사람들,
퇴근길이 막힌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길을 막고는 시민 몇명은 닭장차에 태우고,
그 중 기자였던 둘은 풀어주고,
그러더니 막았던 길을 틔워주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 현장에서도 우리는 "쁘락찌" 얘기를 했다.
그런데 얘기하다보니, 모두가 의심스러웠다.
누가 시민인지, 누가 사복경찰인지, 누가 뉴라이트인지,
누가 용역인지, 누가 알바인지, 구세군자활봉사단은 누구 편인지,
의심에 의심을, 의혹에 의혹을 키웠다.
정말 어떤 사람들은 의심스럽기도 했다.
난데없이 "청와대로 갑시다"라는 말을 하는가 하면,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인데 너무나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하거나 하는..
사람들은 이들 때문에 길을 잃고,
분노를 증폭하고,
연행을 당했다.
누구냐, 다 밝혀보자.

그러다 생각을 멈췄다.
이건 정말 악질적인 방해공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전통의 분열 정책.
마음과 뜻을 모으기 위해 거리에 나온 이들의 믿음을 의심으로,
연대를 분열로, 화합을 갈등으로 몰고가려는 저급하고, 그러나 효과만점인 방법.

배후가 있다면 이렇게 시민들이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일이 생길까?
중앙조직에서 리드하는 누가 있을테니 길을 잃을 일은 없지 않을까?
좀 그만해라.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인가,
시민과 전경이 밤새 싸우도록 놔두고,
정작 책임져야 할 이는 쳐자는 이런 상황 정말 화가난다.

매일 밤을 길에서 보내는 것도 지친다.
이렇게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더 지친다.
각종 민영화, 대운하, 엉터리 쇠고기 수입 협상, 엉터리 한미 FTA, 교육정책 모두에 반대한다.
미스터 리의 신념과 가치관에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