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만들기/요리조리

뒤늦게 싹틔운 호박잎으로 나물무쳤다!


작년에 수확한 늙은 호박들이 있었다. 

그 중 두개의 호박이 올 여름까지 거실 한구석에 있었는데, 청소를 하다 하나를 만져보니 밑둥이 물컹! 썩었다!

깜짝놀라 속을 파내고 주황색의 호박살은 쪄서 갈아 얼리고, 씨는 말려서 내년을 위해 저장할까하여 씻으려던 찰나. 허허 이놈들이 벌써 싹이 났다. 싹이!!!

이를 어쩐다.

언젠가 농사 전문가인 A언니의 조언이 생각났다. 늙은 호박의 씨는 이미 발아했을테니 땅에 심어 그 순을 찌개에 넣어 먹거나, 쪄서 쌈으로 먹으라고 했다.

옳거니! 요녀석들 싹을 틔워 어떻게라도 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년에 감자농사를 짓다가 캐망한 스티로폼 박스에 싹이 나기 시작한 호박씨들을 대충 심었다. 호박씨 까지 않고 심었다.

그랬더니 며칠 후! 쨔잔~

이렇게 아름답게 발아한 것이다! 아 이것이 어찌 아파트 발코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장면이란 말이냐. 사실 좀 이 생명력이 두렵고 징그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맙고 눈물이 났다. 아, 나는 이런 생명들을 먹고 사는 것이로구나. 히~


그리고 며칠후.

이렇게 부쩍 자라버렸다. 무서운 속도로 자란다.

나는 이것들을 어떻게든지 나의 소중한 양식으로 삼고 싶어 일단 제일 실한 이파리들로다가 뜯었다.


늘 그렇지만 나물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샷은 없다.

바빠서 잊어버렸다.

호박잎을 바가지 한 가득 땄다.

우리집 살림 전문가인 여봉봉에게 이 호박잎을 맡기면 짜증을 낼 터인데... 여봉봉은 자신이 잘 아는 재료가 아니면 좀 싫어한다.

암튼 그래서 이녀석들을 앞에 두고 한참을 생각했다.

일단 뜨거운 물에 데쳐놓기라도 하자. 그래 그러면 여봉봉이 칭찬해줄지도 몰라.

호박잎은 대충 씻고, (뭐 발코니에서 키운 녀석들인걸 뭐... ㅡ.ㅡ;;) 그리고 데쳤다.

나는 나물이라는 것은 태어나서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다. 데칠줄도 모른다. 들은건 있다.

데칠때 줄기부터 물에 넣으라는... 아 그리고 물을 끓일때 소금도 조금 넣었다. 맞나? 호호.

호박잎이 힘이 빠지고 쌩풀의 느낌이 좀 가셨을때 채반에 건지고 찬물로 헹궜다.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직관에 의한 조리방법이니까 너무 믿지는 말고...

그리고 꼭 짜서 물기를 없앤다. 그리고 여봉봉을 기다렸다. 퇴근하고 집에 올때까지 기다렸다.

집에 온 여봉봉에게 저것을 무쳐달라고 하자, 여봉봉은 단칼에 거절했다. 자기는 모른다며.

헉... 저걸 어쩌나... 그래 내가 무쳐보자. 나도 할 수 있을거야.

호박잎은 왠지 된장으로 무치면 맛이 있을것 같았다. (사실 나 맛을 상상한다. 대장금인가...)

그리고 어떤 나물에도 잘 어울리는 들기름.

데친 호박잎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된장 한 숟가락(찻숟가락), 들기름 쪼로록 따라 조물조물 무친다.

숟가락으로 하다가 에이 나물은 손맛이지,하며 손으로 조물조물조물조물조물...

그랬더니 요렇게!


이거 맛나다!

대박이다!

내 입맛이 싸구련가....

호박잎 자라면 또 해봐야지~


호박어린잎 된장 나물

재료: 호박 어린잎 한바가지, 된장, 들기름. 소금 약간. 통깨 (장식용)

1. 호박 어린잎을 깨끗하게 씻는다.

2. 편수 냄비(손잡이가 한쪽에 달린 냄비)에 물을 1/3정도 붓고 소금을 약간 뿌리고 끓인다.

3. 물이 끓으면 호박 어린잎을 줄기부터 넣어 데친다. 젓가락으로 뒤적뒤적해준다.

4. 호박잎에서 야생의 기운이 사라지면 채반에 받쳐 건지고 찬물에 헹구고 물기를 짠다.

5. 데친 호박 어린잎을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른다.

6. 된장 한 숟가락과 들기름을 쪼로록 따라 조물조물 무친다.

7. 예쁜 그릇에 담고 통깨를 살짝 뿌리면 완성!


'만들기 > 요리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건 고구마 스프  (0) 2014.11.05
오트밀 시나몬 롤  (0)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