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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동네

이런 부고... ㅠㅠ


세탁소에 맡겨야 될 옷이 별로 없어 장례식장 유니폼으로 입는 정장을 세탁할 때 외에는 세탁소에 가지 않는다. 

올 봄 작년 여름을 지낸 그 정장 바지에 희끗희끗 곰팡이가 핀 것 같아 집 앞 백조 세탁소에 맡겼다. 

"곰팡이가 핀 것 같아요."

"그럼 만 원인데. 수요일에 찾으러 와요."

"네"


약속한 날이 되어 만원을 들고 세탁소를 찾았다.

"이거 세탁해보니 곰팡이가 아니야. 그냥 사천원만 내."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기분 좋은 거스름 돈 육천원과 살짝 세탁용 기름 냄새가 나는 날이 선 바지를 들고 집으로 갔다.


우리 동네에 그런 세탁소가 있는 것이 좋았다.

세탁소 앞에는 버려진 아이스크림 보관통을 이용해 만든 화분과 낡은 용기를 활용해 만든 작은 연못, 그리고 봄, 여름이 되면 꽃집인지 세탁소인지 알 수 없도록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는 화분들이 있었다.

늘 그랬다.

그런데 올해는 좀 뜸했다. 

매년 심으시던 고추도 심지 않으시고, 함께 모여 담배 태우시던 어르신들도 잘 보이지 않았다.

세탁소 앞이 조금은 황량하고 쓸쓸해졌는데... 이런 부고를 발견하려고 그랬던 걸까.


아파트 현관을 들어서 평소에는 잘 보지 않던 게시판을 들여다 보다 눈에 띈 부고... 그리고 세탁물을 찾아가라는 공지.

동네의 아름다운 어르신을 한 분 잃은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부디 평화로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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