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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동네

‘골목문화 철거’로 정신적 충격 심각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경향신문에 났다.

이촌2동, 재개발 예정지역에 이사와서 좋은 점은, 골목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에는 빨간 드럼통에 심은 대추나무가 있고,
버려진 욕조에 심은 향나무가 있고,
푸른 플라스틱 화분에 심은 수국들이 있다.


작년 3월에 이곳에 이사와서,
봄이 되어 파랗게 싹이 돋는 드럼통 대추나무를 발견하고는 무척 흥분했었다.
좀 지나니 가난하기만 할 것 같던 옛날 아파트 골목들이 화려한 수국이며, 꽃나무들로 가득찼다.
여름이 되니 대추나무에 작게 대추들이 달리고,
가을에는 빨갛게 익었다.

골목에는 개들도 있었고,
주워온 간이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거는 고운 할머니들도 계셨고,
투박한 손으로 꽃나무들을 가꾸는 머리 희끗한 아저씨들도 있었다.


내가 사는 고층 아파트에 이르는 짧은 직선길을 돌아 일부러 골목을 지나다녔다.
밤길을 무서워하던 난데,
그 길은 밤에도 다정했다.
버려진 펜더기타 케이스를 이용해 만든 담벼락 옆 간이 창고의 덧문이며,
할머니들의 보행 보조기가 된 버려진 유모차며,
귀가하신 할머니들의 자취를 보여주는 가지런히 놓인 플라스틱 의자들이며,
누군가는 버렸지만, 그것을 다시 살리는 그 골목.
참으로 아름다웠다.

골목이 살아 있다면,
골목에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살아있다면,
도시의 삭막함과 묻지마 범죄가 주는 공포도 좀 더 줄어들텐데.

한강 르네상스 하겠다면서 이 아름다운 골목을 다 밀어버리겠다고 한다.
힘없고 약한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고운 할머니들은 다 어디로 가야할까?

'골목문화 철거' 기사 보기 http://media.daum.net/economic/estate/view.html?cateid=100019&newsid=20090213180912417&p=khan&RIGHT_COMM=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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