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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카페 - 숲 늘 다니던 길에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게다가 그 가게가 내 취향이라면 더더욱. 용산 국제 업무지구 개발 계획이 무산된 이후 우리동네는 수리, 재건축, 새로운 상가의 입점 등으로 들썩들썩거린다. 우리 집 앞에 있던 내가 진심으로 좋아라하던 80-90년대의 흔적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사진으로 남겨 놓을걸... 아쉽다.동네의 변화가 아쉬움만을 안겨주던 날들 중 어느 날, 새롭게 단장한 아담한 한옥을 발견했다. 자주 지나던 그 자리는 쓰레기 더미를 방불케하는 폐허의 모습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달라졌나! 오오!한참을 바라 보았다. 처음엔 간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들어가게 된 막 신장개업한 카페 숲.낡은 한옥을 개조해 이렇게 예쁜 카페를 만들었다. 눈에 거슬리게 화려하지도 .. 더보기
투쟁의 자격 ​​ 유민 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루머가 한창이다. 거기에 대한 항변글이 속속 올라온다. 읽다보니 서글퍼진다. 아니 서러워진다. 이혼한것이, 금속노조의 노조원인것이 왜 이 사람의 싸움을 허락할 수 없는 이유가 되나? 금쪽같은 자식을 잃고, 내 살점같은 아이를 저 차가운 물에 잠기도록 방치한 이 국가를 상대로 그 책임을 묻는데 왜 무슨 자격이 필요한것인가? 내가 적절한 혼인관계에 들어있지 않다면, 내가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한다면, 이 공동체의 부조리한 장면을 만난다고 해도 침묵하고 모른척해야하는가? 누가 김영오씨에게 투쟁의 자격을 논하는가? 왜 자식잃은 아픔을 온몸으로 처절하게 표하는 이에게 왜 그 자신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가? 공감능력이 결핍된 이 공동체가 무섭다. 그런 이웃.. 더보기
아티스트 데이트 아티스트 데이트아티스트 웨이 책 43페이지 부터는 아티스트 데이트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내가 가장 못하겠는 것이다. 기분전환을 위해 자신 내면의 아티스트와 온전하게 만나는 시간을 보내라는 것인데,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을 내기가 그렇게 어렵다.'아티스트 데이트에는 당신 자신과 내면의 아티스트, 즉 당신의 창조성이라는 어린아이 외에는 아무도 데려가서는 안 된다.' (44p)나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기상하자마자 모닝페이지. 아침식사를 대신하는 차 한잔 마시기. 눈에 보이는 집안 일 하기. 그리고 컴을 켜고 페이스북 잠깐 들여다 보기. 컴으로 해야할 일 해결하기. 점심 먹기. 점심먹고 또 눈에 보이는 집안 일. 일주일에 한 번은 화초에 물주기. 그러다보면 오후에는 단전호흡 교실 가기. 다녀와서 샤워. 저.. 더보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가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가셨다. 이런 존대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존대를 하고 싶다. 말들이 많다. 나는 그 이의 행보, 걸음걸음이 만들어내는 소식을 간간히 듣고 보면서 울고 또 울었다. 강정 구럼비가 파괴되고 있을때, 수많은 이들의 기도처가 파괴되고, 영험한 장소가 파괴되고 있을때, 심지어 그 장소가 폭력을 예비하는 장소가 될거라는 사실에 우리의 영성은 이제 세상의 끝날을 맞게 되는 것인가 절망했다. 이전의 수많은 사건들과 고통들에 종지부를 찍듯이 세월호가 가라앉았고 상상할 수 없는 수의 사람들이 고통속에 마지막 순간을 맞았고 그 이후 대한민국이 보인 태도는 정말 절망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 인프라, 제도는 그 무력함의 끝을 보여주었고, 또 책임회피와 책임전가의 고수인것만을.. 더보기
창조성 회복을 위한 기본 도구 #모닝페이지 모닝 페이지는 '자신안에 내재된 창조성을 찾아내는 방법'이라고 한다. (30p) 매일 아침 의식의 흐름을 세 쪽 정도 적는 것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지나가는 생각을 모두 적는 것이기 때문에 두뇌의 배수로라고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모닝 페이지를 위해 노트 한 권과 연필을 준비한다. 책에는 연필로 쓰라는 내용은 없지만 나는 연필로 글을 쓰는 느낌을 좋아해 연필을 이용한다. 연필을 깍는 행위는 마치 의례와 같아 더더욱 글 쓰는 것을 나 자신에게 의미있게 만들어준다.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본인 이외에 누구도 그 글을 읽으면 안된다. 쓴 자신도 처음 8주 동안은 자신의 모닝 페이지를 읽으면 안된다. (31p)그래서 나는 절취선이 있는 노트를 이용해 쓰고나면 뜯어내 따로 보관.. 더보기
또 아티스트 웨이 아티스트 웨이국내도서저자 : 줄리아 카메론(Julia Cameron) / 임지호역출판 : 경당 2012.05.10상세보기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2006년쯤일까. 아니다 2007년이다. 내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의 공동 진행자를 통해서 인지, 검색을 통해서 인지, 한동안 열심히 드나들던 인터넷 공간 '언니네'에서 였는지, 아무튼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알게 해 준 여러분들께 감사.)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실천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2007년 즈음 공부를 해야하나, 아니면 나의 갈길을 어디로 정해야하나 고민하던 와중이라 줄리아 카메론이 제시하는 여러가지 실천의 방법들이 나를 강하게 끝어당겼다.한 동안 열심히 책을 읽으며 책에서 제시하는 이런 저런 것들을 실천하며 선택을.. 더보기
이런 부고... ㅠㅠ 세탁소에 맡겨야 될 옷이 별로 없어 장례식장 유니폼으로 입는 정장을 세탁할 때 외에는 세탁소에 가지 않는다. 올 봄 작년 여름을 지낸 그 정장 바지에 희끗희끗 곰팡이가 핀 것 같아 집 앞 백조 세탁소에 맡겼다. "곰팡이가 핀 것 같아요." "그럼 만 원인데. 수요일에 찾으러 와요." "네" 약속한 날이 되어 만원을 들고 세탁소를 찾았다. "이거 세탁해보니 곰팡이가 아니야. 그냥 사천원만 내."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기분 좋은 거스름 돈 육천원과 살짝 세탁용 기름 냄새가 나는 날이 선 바지를 들고 집으로 갔다. 우리 동네에 그런 세탁소가 있는 것이 좋았다. 세탁소 앞에는 버려진 아이스크림 보관통을 이용해 만든 화분과 낡은 용기를 활용해 만든 작은 연못, 그리고 봄, 여름이 되.. 더보기
별이 졌어요. 정말..... 나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아직도 싸워야 할 날들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큰 형, 큰 선배, 큰 동지 같은 당신이 떠나셨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혼자 남겨질 때면, 문득 문득 가슴이 너무 아파서 흑 하고, 꺽 하고 흐느낌이 절로 나와요. 당신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당신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그래서 세상을 버릴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 큰 주먹같은 것이 식도를 거슬러 오르는 듯이 아파요. 당신을 위한 노래 당신이 그리워서 지난 이틀동안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분향소 근처를 걸었어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다 눈물이 왈칵왈칵 솟아서, 목이 메여서, 힘들었어요. 20년 전에 충분히 불.. 더보기
‘골목문화 철거’로 정신적 충격 심각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경향신문에 났다. 이촌2동, 재개발 예정지역에 이사와서 좋은 점은, 골목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에는 빨간 드럼통에 심은 대추나무가 있고, 버려진 욕조에 심은 향나무가 있고, 푸른 플라스틱 화분에 심은 수국들이 있다. 작년 3월에 이곳에 이사와서, 봄이 되어 파랗게 싹이 돋는 드럼통 대추나무를 발견하고는 무척 흥분했었다. 좀 지나니 가난하기만 할 것 같던 옛날 아파트 골목들이 화려한 수국이며, 꽃나무들로 가득찼다. 여름이 되니 대추나무에 작게 대추들이 달리고, 가을에는 빨갛게 익었다. 골목에는 개들도 있었고, 주워온 간이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거는 고운 할머니들도 계셨고, 투박한 손으로 꽃나무들을 가꾸는 머리 희끗한 아저씨들도 있었다. 내가 사는 고층 아파트.. 더보기
그녀의 평화 황윤을 만난 날, 평화를 선물했다. 내가 만든 평화를 그녀에게. 그녀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평화를 이야기한다. 그녀의 에너지를 받아 나의 평화를 노래해야겠다. 정원에 앉아 부채를 든 두 부인. ㅎㅎ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