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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에 콩볶듯 열리는, 일본 원전 사태를 걱정하는 스몰 토크 @ 두리반 일주일 전, 친구인 키타하라 미노리에게서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다. 키타하라 미노리 일본 페미니스트, 글쓰는 이,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운영되는 여성전용 섹스숍 Love Piece Club (www.lovepiececlub.com)의 사장, 독립라디오 www.bababoshi.com의 디제이. "지현, 다음 주 주말에 한국에 갈 예정이에요. 한국의 많은 사람들과 일본의 원전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친구들을 모아줄 수 있겠어요?" 역시 미노리답다. 미노리는 늘 기획력이 있고, 일을 벌리고, 그래서 그 일 때문에 바쁘고, 정신이 없다. 일주일전에 연락해 자리를 마련해 달라니! 허걱, 했지만, "그래요. 알아보겠어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마침 강원도 옥계에서 있었던 여성회의에 참여했던 레드걸 (.. 더보기
솜틀집 방문기 내 나이쯤 먹은 솜이불. 5-6년전에 솜틀기를 했는데, 숨이 다 죽어서 큰 맘먹고 다시 틀기로 했다. 숨죽은 솜이불은 무겁기만하고 따뜻하지 않다. 먼지도 많고. 이전에는 현관앞에 붙어있던 솜틀집 명함을 보고 전화하고, 영업하는 아주머니가 이불을 가지러 오고, 요구사항과 함께 이불을 보내고, 작업이 완료된 이불을 배달을 하는 아저씨를 통해 받고, 하는 과정을 거쳤다. 비교적 간단하고 공정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수 있는, 그런 "남의 일"의 한 종류였다. 그런데 최근 TV에서 솜틀집에서 불량솜을 섞는다느니, 솜을 바꾼다느니 하는 등의 솜틀기 윤리를 의심하게 만드는 내용을 프로그램을 많이 보여주었다. 이에 나의 까다로운 파트너는 솜트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솜틀집을 찾겠다고 했다. 여러 날동안 솜틀집을 찾은 .. 더보기
과테말라의 원주민 여성단체 '트라마 텍스틸레스'를 소개합니다. 과테말라의 한 여성단체에서 자원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여성이 보내온 메일입니다. '트라마 텍스틸레스'는 수공예품의 생산을 통해 과테말라 원주민 여성들의 자조를 도모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이 여성단체와의 결연 아이디어가 있는 분들의 각종 제안을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과테말라의 ‘트라마 텍스틸레스(Trama Textiles, 이하 약칭 트라마)’라는 단체의 자원활동가 루나라고 합니다. 트라마는 과테말라의 주요 특산품인 텍스타일 수공예품을 제작 판매하는 원주민(indigenous) 여성들의 자치연합으로 과테말라 서부 도시 케찰테낭고(Quetzaltenango, 일명 셸라Xela)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트라마에 속한 4백여 명의 여성들은 몇 주 몇 달에 걸쳐 전통적인 방식에 의해 손으로 제작한 양질의 수.. 더보기
송미옥 브루닝을 소개합니다. 송미옥 브루닝은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자 아티스트이며 해외입양에 반대하는 입양인 액티비스트입니다. 그녀는 입양, 아시아 여성, 아동 등의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송미옥 브루닝은 1990년대 초반 해외입양인을 위한 "사후서비스 Post Adoption Service"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했고, 몇 년동안 한국에서의 수월치 않은 이방인의 삶을 정리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올해 여름 그녀는 해외입양인대회와 혈연가족과의 재상봉을 위해 그녀가 태어난 나라 한국을 다시 찾으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전세계의 가난한 아티스트, 액티비스트, 시인들이 그러하듯 송미옥 브루닝은 넉넉치 않은 형편에 처해있습니다. 이로 인해 입양인대회 참가등록비, 항공료.. 더보기
차라리 지하철에 노약자석을 없애라! 우연히 아고라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고라에는 임신한 여성이 지하철에서 겪은 억울하고도, 화가 날 만한 일을 적은 "지하철에서 노인과 싸워버렸습니다" 라는 제목의 글이었습니다. 글을 읽고는 그 여성의 억울함과 노여움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깜짝 놀란 것은 그 아래에 달린 댓글 때문이었습니다. 댓글에는 무시무시한 노인혐오가 담겨있었습니다. 몇몇의 댓글은 "어르신"과 "노인네"를 구별하며, 존중받을 수 있는 나이든 자와 존중받을 가치가 없는 나이든 자를 구분하였습니다. 나도 종종, 아니 자주, 짜증나게 만드는 나이든 자들을 공공장소에서 만나곤 합니다. 몹시도 화가나고, 그 공간을 함께 나누는 것 조차 힘이 들때도 있습니다. 어떨때는 글을 쓴 여성처럼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 더보기
공권력은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국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반국가집단 대하듯 하는 경찰들을 보면서, 대테러 작전을 펼치는 SWAT의 광기를 보면서, 나는 무기력함에, 희망없음에 눈물이 줄줄줄 흘렀다. 사이코 패스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아이를 살해하고, 이름없는 여성들을 강간, 난자하고, 한 명도 아니고 여럿을 죽일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한국의 공권력은 어떠한가? 현재 한국의 위정자들은 어떠한가? 기업이 망해도 절대 망하지 않는 기업가들이 아닌, 힘없는 사람들, 기업이 쓰러지면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노동자들의 고통에 왜 공감하지 못하는가? 삶의 터전을 잃을까 목숨을 내놓고 철거를 막으려 했던 용산의 세입자들의 공포와 고통에는 무관심한, 공감하지 못하는, 그들을.. 더보기
별이 졌어요. 정말..... 나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아직도 싸워야 할 날들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큰 형, 큰 선배, 큰 동지 같은 당신이 떠나셨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요. 혼자 남겨질 때면, 문득 문득 가슴이 너무 아파서 흑 하고, 꺽 하고 흐느낌이 절로 나와요. 당신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당신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그래서 세상을 버릴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 큰 주먹같은 것이 식도를 거슬러 오르는 듯이 아파요. 당신을 위한 노래 당신이 그리워서 지난 이틀동안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분향소 근처를 걸었어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다 눈물이 왈칵왈칵 솟아서, 목이 메여서, 힘들었어요. 20년 전에 충분히 불.. 더보기
‘골목문화 철거’로 정신적 충격 심각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경향신문에 났다. 이촌2동, 재개발 예정지역에 이사와서 좋은 점은, 골목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에는 빨간 드럼통에 심은 대추나무가 있고, 버려진 욕조에 심은 향나무가 있고, 푸른 플라스틱 화분에 심은 수국들이 있다. 작년 3월에 이곳에 이사와서, 봄이 되어 파랗게 싹이 돋는 드럼통 대추나무를 발견하고는 무척 흥분했었다. 좀 지나니 가난하기만 할 것 같던 옛날 아파트 골목들이 화려한 수국이며, 꽃나무들로 가득찼다. 여름이 되니 대추나무에 작게 대추들이 달리고, 가을에는 빨갛게 익었다. 골목에는 개들도 있었고, 주워온 간이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거는 고운 할머니들도 계셨고, 투박한 손으로 꽃나무들을 가꾸는 머리 희끗한 아저씨들도 있었다. 내가 사는 고층 아파트.. 더보기
춤추는 허리와 함께 하는 공연 얼마만에 서 보는 제대로 된 무대인지. 아 기대된다. ^^ 더보기
장애여성이 그리는 섹슈얼리티 - 그녀들의 숨소리 지난 몇 달간 그녀들과 부대끼며, 그녀들을 열심히 괴롭혔습니다. 그녀들의, 나의, 우리의 숨소리입니다. 파티에서 노래합니다. 이번 가을을 도발할 아름다운 전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다섯 명의 장애여성들이 자신의 몸, 성, 관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을 회화, 영상, 사진 등의 매체를 통해 세상에 내놓습니다. 이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지체장애여성자조모임 ‘장애여성들의 반란’의 구성원들은 허심탄회한 속 깊은 이야기 나누기의 과정을 가졌고, 비장애 중심적인 작업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였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 장애여성으로서 자신 내면의 깊은 소리, 욕구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전시에 함께 하시어 그녀들의 진실하고 뜨거운, 그리고 커다란 숨소리를 들으시고, 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