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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

2014/9/15 오늘 가족들과 외할아버지 성묘를 다녀왔다. 할머니와 어머니를 차에 모시고 할머니댁으로 가면서 '나는 가족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가? 가족들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가? 가족들을 사랑하기 위해 너무 많은 애를 쓰는건가?' 생각했다. 그러다, 자식을 키우는 어미들 생각이 났다. 그 아비들 생각도 생각도 잠깐 했다. 그들은 그렇게 살지 않는가, 그들의 24시를, 일주일을, 한 달을, 일년을, 평생을 자식을 위해 살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내리사랑 대신 엄마와 할머니, 그리고 또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내 평생의 일부분을 잠시 내놓는 것이 아닌가,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진심으로 엄마와 할머니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가두지 말아야지. (퀴어주제에 너무 너무 너무 가족주의자.. 더보기
2017/9/15 나는 아직도 9개월전 진희를 보낼때를 후회한다. 굳어버린 몸을 안아주지도 못했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하룻밤도 함께 보내지않고 새벽에 화장장으로 달려갔을까. 나는 죽음이 무서웠다. 이별이 싫었다. 생명이 빠져나간 굳은몸을 안기 두려웠다. 너무 미안하다. 끝도없이 미안하다 말해도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을것 같다. 진희의 주검이 얼른 '제 자리'를 찾길 바랬다. 옷방 한구석에 골판지 상자에 누워 처치곤란한 난감함으로 머물지 말고 안식할 수 있기를. 생명으로 존중받을수 있기를 바랬다. 그래도… 아쉽다. 내 새끼를 그렇게 보내버려서… 작별이 충분치 못해서. 아리고 아리다. 더보기
2017/9/18 지난 주 기록. 9/16 토요일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청소년 젠더(페미니즘) 특강 역시 나는 청소년들 만나서 얘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대상은 14-16세의 소녀, 소년들이었다. 뭉클했던 순간은, '잘 몰라요', '아무 생각이 없어요.'하던 남자 친구가 '네 생각은 소중해요. 그걸 붙잡았다가 들려줘요.'했더니 그 다음부터 생각하고 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을때. 예뻐라. 듣기에 기뻤던 후기는, 다른 친구들도 이 수업을 들었으면 좋겠다,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모두 소중하다는걸 깨달았다,는 얘기들. 나도 많이 배웠습니다! (청소년 페미니즘 교육 강사로 섭외하세요~) 9/17 일요일 제6회 이주민예술제 사회/진행 신도림역 1번 출구 앞 야외 무대에서 진행되었다. 열린공간이라 의미있었다. 우리.. 더보기
2017/9/19 #늙어간다는것 - 책읽기용 안경을 맞췄다. - 스마트폰을 들여다볼때 근시용 안경은 벗어야한다. (고양이들 발톱을 깎을때, 이빨을 닦을때) - 콘택트 렌즈를 끼고 화장을 할때는 확대경이 필요하다.그러하다. 여성청소년들이 즐기는 야한 텍스트는 팬픽/BL과 인터넷소설 남성청소년들이 즐기는 야한 텍스트는 주로 야동여성들에게도 있다. 야한 즐거움.+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자면, 할리퀸 로맨스, 하이틴 로맨스를 보며 성적 즐거움을 알아갔다. 폭력적인 장면도 많아 섹스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기도 했지만… ++ 내가 처음 도색물로 접한 포르노 영상, 잡지는 무척 역겹고 징그럽고 불쾌한 것, 두려운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그렇다. 더보기
2017/9/23 오늘 일정 음감회/파티 소박하게, 그렇지만 사랑 넘치는,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어머니께서 함께 해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다. 엄마앞에서 마음껏 레즈비언, 동성결혼, 동성애 얘기를 했고 엄마는 함께 웃고 감동하며 그 시간을 온전히 즐겨주셨다. 커밍아웃 십년만에 벌어진 일. 엄마 감사드리고, 사랑해요. 저녁 친구사이 책읽당 낭독회에서 대기중이었던 나는 한 낭독을 듣고는 울고말았다. 목이 꽉 막혀버렸고… 무대에 올라가서 혼신의 힘을 다해 접신해 노래하려고 했다. 게이들과 보낸 뜨거운 밤. 그리고 퀴어 에네르기파 가득했던 하루. 오늘은 또 참 좋았다. 행복하고 충만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더보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일년 전 2012년 9월 26일 다시 혼자가 되니 네 생각이 난다. 어쩌면 나는 내일 아침 기차를 타고 너를 보러 갈지도 모르겠다. 너는 나를 알아 볼 수 있을까? 오늘 수요시위에서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를 불렀다. 사실 이 노래는 너와 같은, 나와 같은 친구들을 위해 만든건데. 너처럼 외롭지 말라고, 손을 내밀고, 잡고 토닥이자고. 출렁거리는 바다, 파도 위에서 그래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니 끝나지 않는 어둠을 견딜 수 있는 거 아니겠냐고. 너를 갉아먹는 건, 바이러스가 아니라, 자포자기한 마음, 고독감, 스스로에 대한 책망, 절망이 아닐까. 내가 손을 내밀고 잡고 싶어 하는 일이라곤 기껏해야 멀리 사는 네게 선물을 보내는 것 뿐. 어쩌다 만날때 선물을 내미는 것 뿐. 가까이 살았다면, 내가 너를 좀 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