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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가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가셨다.

이런 존대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존대를 하고 싶다.

말들이 많다.

나는 그 이의 행보, 걸음걸음이 만들어내는 소식을 간간히 듣고 보면서 울고 또 울었다.

강정 구럼비가 파괴되고 있을때, 수많은 이들의 기도처가 파괴되고, 영험한 장소가 파괴되고 있을때, 심지어 그 장소가 폭력을 예비하는 장소가 될거라는 사실에 우리의 영성은 이제 세상의 끝날을 맞게 되는 것인가 절망했다.

이전의 수많은 사건들과 고통들에 종지부를 찍듯이 세월호가 가라앉았고 상상할 수 없는 수의 사람들이 고통속에 마지막 순간을 맞았고 그 이후 대한민국이 보인 태도는 정말 절망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 인프라, 제도는 그 무력함의 끝을 보여주었고, 또 책임회피와 책임전가의 고수인것만을 증명해주었다.

소위 한국 사회 보수층의 '말의 힘'을 가진 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그저 상처난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소금을 뿌리고 또 뿌리고 또 뿌려댈뿐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롯해 그 사고로 인해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의 말은 커녕 애도의 시간을 허락하지도 않았다.

'우리'에게는 애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껏 울고, 누군가의 가슴에 안겨 크고 따듯한 손이 등을 쓸어주는 그런 평화로운 순간이 필요했다.

교황의 방문은 그런 시간이었다. 우는 것을 허락했고, 안아주었고, 큰 손으로 우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기도해주었다. 

그가 가는 곳마다 기도처가 되었다. 

'말의 힘' 혹은 '힘의 말'을 가진 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보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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