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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들/공연

나M - 집시의 몸과 영혼을 기다린다


지난 일요일, 나M의 공연을 보았다.

그녀의 음악적 동반자이자, 프로듀서이고,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한 정재영씨와의 인연으로 갈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나는 나M을 잘 몰랐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다큐멘터리 '퍼스트 댄스' 음악 작업을 통해 정재영씨를 만나게 되면서 였다. 나의 노래인 '어디에나, 그대'를 기타로 편곡, 연주했고, 녹음 당시 보컬 디렉팅을 담당해 주었다. 음악작업 때문에 정소희 감독과 함께 처음 만났던 자리에서의 그의 첫인상은 아, 귀여운 아저씨로구나,였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하고, 특히나 남성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서먹함이 있어 재영씨와의 첫 만남도 나에게는 긴장되는 일이었다.

녹음실에서의 녹음은 나에게는 무척이나 긴장되고, 신경쓰이고, 스트레스가 많은 작업이었는데, 정재영씨는 한껏 날카로워진 나를 마치 길고양이 다루듯 다정하고 조심스럽게 잘 다뤄주었다. 그의 디렉팅 덕으로 나는 비교적 수월하게 녹음을 마칠 수 있었고, 이전에 녹음에 대해 갖고 있던 트라우마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다. 덕분에 녹음 잘했다고 하자, 나M과의 작업에서 가수의 녹음에 대처하는 태도를 배웠다고 했다. 아마 그렇게 우리는 나M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늘 궁금했다. 나M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떤 음악을 할까?

동영상을 찾아 열심히 들어보아도 궁금증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그녀가 유학전 마지막으로 갖는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곳에 갔다.

공연은 월드 뮤직 보컬리스트 답게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커버곡들과 자신의 오리지널 곡들로 구성해 진행했다. 처음 들은 나M의 목소리는 참 매력적이었다.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렇게 볼륨있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감탄했다. 게다가 창법에 따라 허스키한 음색과 맑은 음색을 구사하는 것이 자유자재였다. 그녀의 목소리로 그녀가 얼마나 자신의 악기인 목소리를 계발하고, 악기인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지 알 수 있었다.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부럽기도하고, 본받아야할 점이라 반성하기도 했다.

공연에서 들리는 오리지널 곡들은 커버곡들과 비교해 그 완성도와 곡의 분위기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장르음악을 하는 많은 보컬리스트들이 자신의 보컬색과 어울리는 오리지널 곡을 찾는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비해 나M은 훌륭한 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를 만나 완성도 높은 나M만의 곡들을 갖게 된 듯했다.

정재영씨의 곡들은 모두 훌륭했다. 그 어떤 곡보다 나M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그녀의 보컬이 갖는 매력과 기술을 한껏 돋보이도록 해주었다. 정재영과 나M은 훌륭한 음악적 동반자였다! (부럽다...) 그녀의 공연을 통해, 그녀의 음반을 통해 뮤지션 정재영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아 기쁘다. 그런 멋진 뮤지션과 동료라니!

게스트로 노래를 들려준 분은 나M의 음악적 스승이자 선배인 테너 임정현씨였는데, 그 분이 들려준 첫 곡 '금관의 예수'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나는 엉엉 우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제 마음이 여러분의 마음과 같아 이 노래를 들려드립니다.'라는 길지 않은 멘트였는데 사람들의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노래로 토닥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나도 그런 노래를 불러야지.

멋진 여성 가수 나M의 멋진 공연이었지만 아쉬운 점은 있었다. 구성된 노래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 아니기에, 혹은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낸 경우가 아니었기에 공연 중간중간 등장하는 멘트에 공연을 관통하는 맥락과 메시지를 담지 못한 듯 해 그것이 아쉬운 점이었다. 짦은 시간안에 새 음반과 공연을 준비하고 스페인 유학까지 준비하느라 미처 그런준비를 하지 못한듯해 아쉬웠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그녀의 몸이었다. 그녀의 표정과 음색은 충분히 노래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몸은 아니었다. 그녀의 손짓이나,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은 한껏 음악을 즐길 준비가 된 관객들에게 20%쯤의 갈증을 안겨주었다. 스페인에서 그녀는 노래 뿐아니라 노래가 담는 이야기, 몸으로 표현하는 노래 까지 많은 것들을 배우고 돌아올것이라 생각한다. 집시의 몸과 영혼을 닮아 올 나M이 기대된다.

아 마지막으로 아쉬운 것 한가지 더. 관객들이다. 이해한다. 사랑하는 뮤지션의 무대를 자신의 핸드폰에 담고 싶은 그 마음은 이해한다. 그러나 너도 나도 들어대는 스마트폰 액정때문에 공연에 집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제발 공연은 마음에 담자. 동영상 녹화를 시작하는 소리, 끝내는 소리, 오작동으로 생기는 각종 잡음들이 모두 공연을 망치는 요소가 되었다. 나M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공연을 볼때는 그녀의 공연에 집중하자.


싸인을 받을걸 그랬나...


나M - Janus
음반
아티스트 : 나M
출시 : 20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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