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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4 북미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밀크씨와 만나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고 며칠 후, 나는 어머니와 함께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두려운 마음을 안고. 내가 살아돌아온다면 더 열심히 살아야지...하는 마음으로.

여행의 목적은 어머니의 사촌 동생, 나의 오촌 아저씨의 결혼식 방문이었다.

며칠간의 제대로 된 미국식 혼인행사에 참석한 후, 어머니와 나, 캐나다 이민자인 이모와 샌프란시스코 시내 관광에 나섰다.

시티투어버스를 타기위해 시청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다 화장실이 급해 시청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지키는 시큐리티는 소지품을 샅샅이 검사하고, 검색대를 지나게 했다. 그 와중에 시티투어 버스와 화장실에 대해 묻는 용감한 이민자 아줌마, 우리 이모. 

무시무시한 검색대를 통과해 시청사 안 화장실을 찾아 급한 용무를 해결하고, 시청사 안을 어슬렁 거리기 시작했다. 2층 시의회 회의장(?) 앞에 갔을때 발견한 흉상. 우리 셋은 모두 이 사람은 누굴까 궁금해 했다. 그러다 발견한 이름 하비 버나드 밀크. 아 밀크라니, 밀크라니. 

나는 얼른 어머니와 이모께 하비 밀크에 대해 설명드렸다. '미국 최초의 동성애자 정치인'이라고...

그렇게 밀크씨를 아우팅시키고, 나는 열심히 인증샷을 찍었다.

아 그랬지,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온거지! 하며...

아 이 순간을 나의 파트너나, 혹은 나의 퀴어 가족들과 나눴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작은 무지개 깃발을 들고 하비씨와 인증샷을 찍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뭐, 기회가 있겠지... 하며 아쉬운 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