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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원으로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두번째 음반 [나의 정원으로] 펀딩

[나의 정원으로] 펀딩이 진행되었고, 목표금액보다 많은 160% 달성률을 기록했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tumblbug.com/cometomygarden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첫 음반은 2002년 6월에 나왔습니다. 벌써 15년 전 일이네요. 1997년 활동을 시작하고, 2000년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 선배 페미니스트 가수 안혜경과 함께 올렸던 노래극에서 '아저씨 싫어'를 처음으로 노래한 후,ᅠ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 등을 통해 'masturbation', 'cut it out' 등 한 곡씩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어 선보였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만들어진 노래들이 쌓여 첫 음반을 냈습니다.

지현 1집 [逅: 만나다] 듣기 벅스뮤직 멜론

[지현 스토리-2000년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영상보기
[이브를 노래한다 - VJ리포트] 영상보기


온ᅠ몸을 열어 타인을 보고 받아들이기 시작해 다시 노래를 만들 준비가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어디든 내 노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달려가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나의 마음이 그들의 마음에 가 닿았는지 '두리반'에서 활동하던 조약골과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송은지가 트위터를 통해 연락해왔습니다. 현실에서는 아직 손잡은 적 없는 이들과 그렇게 온라인을 통해 인연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두 사람 덕에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내장식이 반쯤은 허물어진 두리반에서의 공연은 그 어떤 공연보다 나에게 힘이 되었고, 송은지가 기획한 음반을 만들기 위해 모였던 여성 뮤지션들과의 교류는 잠자던 내 목소리를 깨워 주었습니다. 그렇게 2011년부터 인연의 축복이 나를 채워가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나는 다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을 맴돌던 가사들, 입가에 흐르던 멜로디들을 꿰어 보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때 토지문화관은 내게 방을 내어 주었습니다. 2006년 입주 이후 7년만의 창작실 입주. 나는 매일 걷고, 매일 노래하고, 매일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아랫방에 지내시던 김민기 선생님과의 만남 또한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토지문화관에 있기만 해도 느껴지는 박경리 선생님의 기운이 여성 뮤지션의 한 발을 순간순간 응원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래들을 불렀습니다. 이전까지는 시도하지 않았던 형태의 공연을 했습니다. 작은 방에서의 '방바닥 리사이틀',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정원'시리즈, '사랑의 정원(with 정재영)''겨울, 정원(with 박정훈)''무지개 너머, 정원(with DJ JINHO)'을 이어가며 청중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로운 음반을 만드는데 가장 큰 두려움은 협업이었습니다. 나는 나와 함께 일할 좋은 파트너를 찾고 싶었습니다. 내게 부족한 점들을 채워주고, 내게 결여된 뮤지션으로서의 경험의 빈 곳을 채워줄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노련함으로 나를 격려하며 이끌어 줄 리더가 필요했습니다. 2014년 참여했던 미황사의 고정희 문화제에서 뮤지션 박혜리의 면모를 발견했습니다. 내가 기다리고 찾아왔던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서울로 돌아와 나는 얼른 그에게 연락했습니다. 음반을 준비하고 있고,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고민하겠다 했습니다. 음반 전체를 프로듀스하는 역할은 쉬운 일이 아니라 고민 없이 답하기는 어렵다 했습니다. 나는 기다렸고, 박혜리는 함께 하겠다는 답을 주었습니다. 참 기뻤습니다. 나의 미숙함이 이 관계를, 이 프로젝트를 망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지만 그래도 그의 답이 나에게 힘을 주었습니다.ᅠ


2015년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예산을 세우고 편곡을 진행하고 조율하고, 가이드를 녹음하고 만삭이 된 프로듀서 박혜리는 복중 태아 윤이와 함께 내 작업에 열정을 쏟아주었습니다. 많이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유능하고 사려 깊고, 그렇지만 단호한 사람인 박혜리는 나를 잘 이끌어 주었습니다. 혜리는 아이를 낳고, 나와 나의 반려인 가족은 새 식구인 고양이 서연희를 맞고 그렇게 우리 둘은 엄마로서 벅찬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우리 둘 모두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변화를 겪고 있었고, 음반을 서둘러 마무리 하는 것 보다 일과 삶, 특히 여성으로서 감당해야하는 일상의 일들을 존중하면서 함께 해가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노래 부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능숙하고 노련한 연주자들의 훌륭한 연주에 어울리는 노래가 녹음되어야 하는데, 내 목 상태가 썩 좋지 않았습니다. 겨울에는 기침과 천식으로, 봄에는 알레르기로, 여름에는 냉방기 때문에, 가을에는 건조한 공기 때문에 노래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1년 동안 목과 몸의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 한곡씩 녹음했습니다. 김포의 혜리 스튜디오와 연희동의 지현 스튜디오를 오가며 일곱 곡을 녹음하고 올 봄 마침내 마지막 두 곡의 녹음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지난한 과정에 프로듀서 박혜리는 꼬박 함께 해주었습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보컬 녹음을 집에서 진행한 이유는 가장 편하게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편한 공간에서 노래를 충분히 느끼며 우리의 아이들 윤이, 고양이 연희, 민희와 함께 노래를 녹음했습니다.


오랜만에 발표하는 음반이니 아름답게, 이전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습니다.달라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이미지를 찾아야했습니다. 어느 날 오랜 친구인 일러스트 작가 모유진의 새로운 작품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그림을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망설이던 친구는 함께 하겠다고 해주었습니다. 천안과 서울을 오가며 같이 걷고, 이야기 나누고,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그림들을 완성했습니다. 그 소중한 그림들이 좋은 종이에 인쇄되어 음반과 함께 엽서로 사람들 곁에 갈 예정입니다.


첫 번째 음반 [逅: 만나다]에서는 부당함을 향해 소리쳤고, 고통을 내뱉으며 절규했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노래들이 여전히 유효하고, 그 노래들에 열광하는 청중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지만, 아직도 싸울 일이 남아있다는 의미인 듯해 한편 슬프기도 합니다.
두 번째 음반 [나의 정원으로]에는 듣는 이가 쉬어갈 수 있는 편한 자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최소한의 악기, 다정하고 세련된 편곡과 사운드. 그리고 편안한 목소리.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정성들여 가꾼 소박한 정원에 머무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그렇게 곡을 쓰고, 편곡하고, 녹음하고, 믹싱하고, 마스터링 했습니다.

오래 정성들여 만든 만큼 두고두고 듣고 싶은 가치 있는 음반이 될 것입니다.

지현의 두 번째 음반 [나의 정원으로]에는 모두 열 곡이 수록될 예정입니다.

孤枕單衾 고침단금 (04:09)
나의 정원으로 (04:08)
꽃그늘 아래 (04:23)
안녕 언니 feat.송은지 (04:44)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 (03:56)
어디에나, 그대 (04:50)
어느 날 그 길에서 (03:55)
Die Orchidee 오히데 (02:34)
겨울 숲, le ciel gris (04:32)
Over the Lezbow 오버 더 레즈보우 (01:59)

孤枕單衾 고침단금, 나의 정원으로, 꽃그늘 아래, 안녕 언니 feat.송은지, 나와 소녀들과 할머니들에게
다섯 곡을 미리 들어보세요.


지금은 마스터링까지의 작업은 모두 완료되었고, 디자인과 인쇄 작업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펀딩을 통해 모은 돈은 믹싱과 마스터링, 음반 프레싱, 음반 아트워크, 디자인에 쓰일 예정입니다.


선물을 소개합니다. (8월 안으로 선물 이미지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1. [나의 정원으로] 고음질 음원은 FLAC, MP3, WAVE 형태로 CD 발매와 동시에 이메일을 통해 제공됩니다. 온라인 음원 사이트 유통은 음반 발매 1개월 후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음원은 아티스트의 소중한 작업물이니만큼 공유, 배포,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 [나의 정원으로] 디지털 부클릿에는 모유진 작가의 그림과 가사가 수록됩니다.

3. [나의 정원으로] 싸인 CD에는 지현이 싸인한 음반과 모유진 작가의 그림 엽서(가사 수록)가 포함됩니다.

4. 미니 엽서 set는 [나의 정원으로]의 그림 10종의 작은 사이즈입니다.

5. [나의 정원으로] 음감회 겸 앨범 발매 파티는 9월 22일(금) 저녁 7시 서울 문래동 이주민문화예술공간 프리포트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실물 초대권은 없습니다. 개별 연락으로 예약 확인을 할 예정입니다. 참가 신청인원이 30명을 초과할 경우 1회 이상으로 일정이 조정되거나 장소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정과 장소가 변경될 경우 텀블벅과 개별연락을 통해 알리겠습니다.

6. ‘작은 정원’은 수다F.A.T의 테라리움 작품으로 15개만 제작됩니다. 누군가 초대하고 싶은 정원을 내 방안에 만들 수 있습니다. 15개가 모두 조금씩 다르게 제작될 예정입니다. 작품 특성상 음감회/파티에서 직접 수령하는 것을 권장합니다만 불가피한 경우 협의하여 수령 방법을 정할 수 있습니다. 선택이 아니라 우연히 운명적으로 자신의 정원과 만나게 될 것입니다.



7. '특별 공연'은 지현과 협의하여 장소와 일정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립니다. 장소 대관, 음향장비 대여와 관련한 비용은 포함되어있지 않습니다.

* 선물 배송은 펀딩이 마감된 다음날부터 후원금 인출이 확인된 순서로 시작됩니다. 가장 먼저 음반을 받고 싶다면 텀블벅 펀딩 인출 카드와 계좌가 유효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해주세요. 배송받을 주소를 미리 확인해주세요.


후원과 관련한 문의는 메일 ziihiion@gmail.com,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ziihiion/ 로 연락주세요.